슈퍼팩 무제한 허용 이후… 정치자금, 소수의 부자들에게 의존 공화 후보들 모금액 절반 이상 130명의 갑부들에게서 조달 NYT “금권선거 논란 일듯”
슈퍼팩은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외곽 지원 조직으로 대외적으로는 후보자나 정당과 분리돼 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예비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올해 들어 6개월간 1억2000만 달러(약 1407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았는데, 이 중 슈퍼팩을 통한 모금액이 1억300만 달러로 86%에 달했다. 1억300만 달러 중 100만 달러 이상을 낸 고액 기부자는 24명이었다. 공화당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슈퍼팩을 통해 2000만 달러를 모았는데 이 중 1350만 달러는 단 4명의 억만장자와 월가 투자자가 낸 돈이었다.
공화당 후보들이 6월 말까지 모금한 3억880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은 130명의 부호와 그들의 기업이 낸 것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슈퍼팩을 통해 1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900만 달러는 9명의 기부자가 100만 달러씩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기부자 순위에서 1위는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머서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크루즈 상원의원, 보비 진덜 루이지애나 주지사,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 등에게 1130만 달러를 후원했다.
정치인들의 슈퍼팩 의존이 커진 것은 개인이나 기관, 노조 등이 슈퍼팩을 통해 선거자금을 제한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2010년 미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다. 후보자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 판결은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빠른 시간에 무제한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셈이다.
슈퍼팩은 공식 선거캠프의 핵심 역할인 유권자 조직 활동까지 벌이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을 지원하는 슈퍼팩인 ‘코렉트 더 레코드’는 경쟁후보 진영에 대한 조사활동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하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