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청 이효정(뒤)이 29일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15일째 일반부 여자복식 준결승에 장예나와 짝을 이뤄 출전해 KGC인삼공사 정경은-김슬비를 상대로 스매싱을 하고 있다. 이효정-장예나가 2-1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
3년만에 돌아온 서른다섯 ‘셔틀콕 여제’
정경은-김슬비조와 접전 끝 결승 진출
“올림픽 도전요? 젊은 선수들이 나설 때”
‘셔틀콕 여제’로 불리며 11년간 세계 정상을 지켰던 이효정(34·김천시청)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3년간의 공백, 그리고 두 아이 출산,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살. 쉽지 않은 도전으로 보였지만,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일반부 여자복식 결승에 오르는 감동의 드라마를 코트 위에 썼다.
이효정은 장예나와 짝을 이뤄 KGC인삼공사 정경은-김슬비와 준결승을 치렀다. 치열한 공방이 거듭됐다. 이효정-장예나는 1세트를 14-21로 잃었지만, 2세트를 21-7로 따낸 뒤 3세트도 21-17로 마무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세계 최정상의 중국 선수들도 10여년간 벌벌 떨었던 장신(178cm)을 활용한 이효정의 네트 위 공격과 리시브는 3년의 공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여전히 완벽했다.
오종환 김천시청 단장은 “세계적 선수는 역시 다르다는 것을 이효정이 보여줬다. 물론 공백이 있고 30대 중후반이기 때문에 체력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그 부분을 극복하고 결승까지 오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효정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2008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및 여자복식 은메달, 전영오픈 여자복식 우승, 세계여자단체선수권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및 동메달 3개 등 2000년대 한국여자배드민턴의 간판이었다. 2011년 결혼했고, 한 살 터울 두 아이를 출산하며 3년의 공백기를 보냈다. 지난해 말 전국체전과 올해 봄철대회 단체전에 출전하며 조심스럽게 코트로 복귀했고, 이번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재개했다.
경기 후 이효정은 “코트를 떠나 있을 때 아들 둘을 낳았다. 벌써 큰 아이가 네 살, 둘째가 세 살이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땀을 많이 흘렸지만, 그동안 얼마나 코트와 그 위에서 쏟는 땀이 그리웠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어 “다시 선 코트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경기를 하니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고 말했다.
춘천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