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계 넘어 승려계… 20대 男 40% “性에 무관심”
결혼하지 않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20여 년 동안 ‘결못남녀’ 현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매년 ‘생애미혼율’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1980년 4%였던 생애미혼남성 비율이 2010년 20%를 처음 돌파했다. 여기서 말하는 ‘생애미혼율’이란 45∼54세 사람들 중 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다. 여성은 1980년 3%에서 2010년 10.6%로 서서히 높아진 데 비해 결혼 안 하는 남성은 급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생애미혼율은 아직 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초식계(草食系), 절식계(絶食系)라는 신조어를 넘어 승려계(僧侶系)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애나 이성관계에 서툰(초식) 남성이, 이제는 사귀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는(절식) 단계를 지나 결국 ‘승려’ 단계로 돌입했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 남성이 성에 이렇게 무심하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도 성욕이 없다고 대답하다니 큰일”이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여성에게 매달리는 걸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남성의 ‘절식남 진단법’도 인기 있다. 절식남의 특징은 △남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충분히 즐겁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몰두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 △‘연애 안 하는 남자 이상하지 않아?’라는 주변의 지적에도 기분 나쁘지 않다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A.I.’에서 인공지능 로봇들은 인간의 사랑 모습도 바꿔놓는다. 연애를 비롯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을 뽑기 기계에서 고르듯 택한다. 사랑도, 연애도 쉽게 동전 몇 개로 해결할 수 있다. 과연 영화로만 끝날까. 장기 불황에 지친 한국과 일본 젊은 세대의 ‘무욕(無慾)’ 현상이 안쓰러운 이유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