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국회서 발목 잡혀 野 “불법 사찰 악용” 강력 반대… 전문가 “범위 명확히 해 통과시켜야”
2012년 우리나라에선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수사당국은 2002년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과 연계된 범죄 혐의자가 입국한 뒤 탈레반의 ‘자금세탁업체’로부터 거액을 송금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혐의자가 유유히 출국할 때까지 수사당국은 손도 쓰지 못한 채 구체적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혐의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논란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은 여야의 기 싸움에 묻혀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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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이미 여러 개의 통비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지난해 1월 통신업체가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이 낸 개정안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감청할 수 있도록 했다.
통비법 관련 법안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에서 정부의 추진으로 발의됐지만 “불법 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폐기됐다. 지금도 여야는 정치적 공방만 벌이고 있을 뿐 통비법 개정 논의는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2012년 전략사이버사령부 창설 이후 사이버전 인력이 불과 2, 3년 만에 기존의 3000여 명에서 6000여 명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공격을 전담하는 전문 해커가 1200명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감청에 대한 합법적 통제 범위를 명확히 하되 불법 탈법 행위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감청에 대한 ‘투 트랙’ 접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합법 감청은 허용하되 적절한 통제를 담보하도록 여야와 국정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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