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갉아먹는 ‘인건비 쇼크’… 한국 생산기지 매력 잃을 우려
지난해 한국GM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면서 이 회사 국내 4개 공장이 모두 제너럴모터스(GM)에서 ‘고비용’ 공장으로 편입됐다. 자동차 생산 5위국인 한국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르노그룹 내 최고 인건비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임협 요구안에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포함 △정기상여금을 기본급 대비 500%에서 600%로 인상 △기본급 20만 원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QM3’를 생산하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2013년 7월 프랑스(100) 대비 인건비가 70이었으나 올해 1월엔 69로 하락했다. 국내 공장 인건비가 바야돌리드보다 53.6%나 비싼 셈이다. 한때 도산 위기에 처했던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9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통해 임금을 동결했고 주문이 밀리면 평일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그 결과로 QM3 물량을 유치했다.
르노삼성차는 구조조정, 부품 공용화, 원가 절감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 지난해 닛산 로그 수출물량 연간 8만 대를 유치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2013년보다 29.6% 증가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추가 수출물량을 유치해야 할 시점에 인건비가 오르면 확보한 물량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 한국GM 4개 공장 모두 ‘고비용’ 공장
한국GM은 2013년 중비용 공장에 속하던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이 고비용 공장에 편입되면서 지난해 국내 4개 공장이 모두 고비용 공장에 속하게 됐다. 제너럴모터스 해외영업본부(GMIO)는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의 30여 개 공장을 고비용·중비용·저비용 공장으로 나눠 물량을 배정한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과 성과일시금 1300여만 원(기본급의 500%)을 요구했다. 최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70.8% 찬성률로 가결됐다. 현대자동차도 한국 공장의 인건비가 높은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대차 평균연봉은 9700만 원으로 1억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올해 노조는 기본급을 7.84%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2013년 말 기준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27.8시간으로 해외 8개국에 있는 현대차 공장 중 가장 길어 생산성도 떨어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 한국GM은 GM의 글로벌 생산기지와 경쟁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상승하면 물량을 뺏길 수밖에 없다”며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공장의 경쟁력이 상승한 데다 GM이 호주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는 만큼 두 회사는 인건비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