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승계과정 지배구조 약해져… 엘리엇 등 헤지펀드가 집요한 공격 경영권 방패 없어 줄줄이 당할 우려
삼성물산에 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재계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엘리엇이 의도한 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무산될 경우 향후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엘리엇 외에도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최근 삼성정밀화학과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5%, 2.2% 매입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향후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 계열사가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된다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승계 작업이 차질을 빚어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현재 경영 승계 작업을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 작업을 하는 단계이지만 경영권 방어는 취약한 상황이다. 기업경영평가 회사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집단(그룹) 중 73%가 2세대에서 3세대로 승계되는 세대교체 시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자본주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아낼 시스템을 서둘러 갖춰야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그 기업이 창출할 일자리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정당”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KCC가 취득한 삼성물산 자사주(5.76%)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부는 KCC에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각하는 목적이나 방식, 가격, 시기, 상대방 선정 등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