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그런데 대인배라는 이 신조어, 들을수록 이상하다. 사람들은 흔히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를 소인배(小人輩)라고 부른다. 그러다 보니 그 반대를 대인배라고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과연 그럴까. 소인배와 대인배에 붙은 ‘배(輩)’의 쓰임새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뜻하는 소인과 결합한 배는 자연스럽지만, 대인과 배는 어울리지 않는다.
필자는 한자말을 쓸 땐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써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배도 그중 하나다. 배는 ‘무리를 이룬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모리배(謀利輩)를 비롯해 불량배 폭력배 간신배 정상배 시정잡배 등 배가 붙은 말은 대개가 부정적이다.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대인의 뒤에 주로 나쁜 사람을 뜻하는 배를 갖다 붙이는 것은 어색하다.
다행히 대인배는 아직 입말로 굳어지진 않았다. 이는 다른 좋은 말로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대신할 좋은 표현이 없을까. 됨됨이가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을 일컫는 ‘큰사람’이나 ‘마음부자’는 어떨까. 마뜩잖으면, 그냥 ‘대인’이라고 하면 된다. 말법에도 맞지 않고 말맛도 그저 그런 대인배보다는 훨씬 낫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