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의 한국소설 코너. 동아일보DB
이것이 소위 ‘짜깁기’ ‘절충주의’ ‘패스티시’ 등으로 불리는 포스트모던 미학의 기법이다. 20세기 후반에 광풍처럼 몰아쳤지만 실은 1960년대에 이미 정교한 이론이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롤랑 바르트 등에 의해 마련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 그것이다. 상호텍스트성이란 가장 단순하게는, 하나의 텍스트 안에 다른 텍스트가 인용문 혹은 언급의 형태로 들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텍스트란 하나의 단어일 수도 있고, 하나의 문장이나 문단일 수도 있으며, 더 넓게는 한 권의 책일 수도 있다. 다른 문학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혹은 영화 같은 다른 기호체계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문화 일반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크리스테바는 이 용어를 20세기 초 소련의 문학이론가인 바흐친에게서 빌려 왔다. 이 이론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세상 모든 것이 과거에 이미 존재해 있던 것을 이리저리 다시 조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문학 텍스트 역시 어느 한 작가의 독창성이나 특수성에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종전의 다른 모든 텍스트를 받아들여 변형시킨 결과이거나 인용구들의 모자이크다. 그렇다면 모든 텍스트는 그 자체로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모방이며 습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절 행위나 크게 다를 바 없다. 호메로스나 세르반테스도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롤리타’의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창작 행위를 일종의 표절 행위로 간주한 대표적 작가이다. 보르헤스는 돈키호테를 글자 그대로 다시 베껴 쓴 가상의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삼아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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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