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한일 물밑 협상 채널은
22일 한일 양국 정상의 상대국 기념식 참석이 전격 성사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악인 한일관계 속에서 정상들에게 상대국 행사 참석을 건의하려면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핫라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통상적인 외교채널 외에 비선(秘線)이 가동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막후교섭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해 4월 시작된 한일 국장급 위안부 교섭이 비공개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에선… 朴대통령 “역사적 기회”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우리말로 인사를 하자 참석자들과 함께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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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회담보다 덜 공식적이지만 좀 더 내밀한 채널이 가동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심을 끄는 채널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라인이다. 이 실장은 주일 대사 시절 스가 장관과 거의 매달 점심을 같이하며 ‘특수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두 사람은 2013년 12월 16일 한국대사관저에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았고 이 실장이 국가정보원, 청와대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스가 장관이 먼저 연락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청와대는 ‘이병기-스가 라인’의 존재를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두 사람의 역할도 정상을 보좌하는 비서실장 업무로 같아서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관심 인물은 ‘아베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다. 그 역시 이 실장과 주일 대사 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지난해 1월 안보국 설립 과정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았고 10월 방한 때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을 만났다. 야치 국장은 자신의 업무와 상관이 없는데도 22일 도쿄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겠다고 일찌감치 통보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한일의원연맹도 윤활유 역할을 했다. 한일의원연맹이 13일 9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를 재개한 것도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주관하는 한일의원 친선 바둑교류전도 다음 달 11, 12일 이틀간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된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22일 “한일 의원들이 다음 달 9∼11일 일본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며 “8·15 전 국회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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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숭호 shcho@donga.com·고성호 기자 /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