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최전선서 사투중인 의료진 방역복 입는데 30분… 온몸 땀범벅, 환자 상태 악화되면 밤새우기 일쑤 “살려야 한다” 파김치 된 몸 일으켜
마스크 하나에 의지한 채… 메르스와 싸우는 병원은 전쟁터다. 의료진은 자신의 안전조차 챙길 겨를이 없을 때도 있다. 무더위에도 방역복을 벗을 수 없는 이들, 마스크 하나에 의지한 이들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장승윤·김미옥 기자
이 병원 김연재 감염내과 전문의(36)와 의료진은 최근 식은땀이 나는 일을 겪었다. 폐렴이 심한 한 환자가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 곤란이 왔다. 심폐소생술이 급했다. 하지만 방호장비 착용에 걸리는 시간은 30분. 보호복, 마스크, 겉덧신과 속덧신, 장갑 2장을 착용하고 공기정화기를 세팅해 공기가 새는 부위는 없는지 확인하기까지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두고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감염이 걱정됐지만 보호복과 마스크만 착용하고 병실로 뛰어들었다. 김 전문의는 “공기정화기가 필수지만 환자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를 챙길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진료 준비부터 만만치 않다. 허리에 공기정화장치가 달린 C등급 방역복은 소독 시간을 포함해 벗는 데도 40분이 걸린다. 혼자서는 벗을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다. 폐렴이 있는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 이를 통해 비말이 많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공기정화기가 필수다.
▼ “환자 숨 넘어가려는 상황서 방역복 챙길 틈 없어” ▼
‘메르스 사투’ 의료진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환자를 진료할 때 D등급 보호 장비를 착용하도록 권고한다. D등급 장비는 마스크, 고글 또는 안면보호구, 긴소매 가운, 장갑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낀 환자에게는 D등급 장비에 공기정화기가 덧붙는다.
김 전문의는 “한 번 진료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 땀범벅으로 온몸이 파김치가 된다”며 “식사 때도 병동을 떠나지 못하고, 병원 측이 주는 밥으로 조그만 사무실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병동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가족이다. 보호자들이 대부분 격리돼 병실에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정이 든 분들이 많아요.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가족들을 보며 다짐합니다.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요.” 기자와 통화를 마치며 김 전문의의 목소리가 떨렸다.
17일까지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 인력(의사, 간호사, 간병인, 이송인력 등)은 총 28명이다. 전체 환자 162명의 17.3%에 이르는 수치다. 이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