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독방에 갇혔다 무죄 석방… 재판도 못받고 3년 수감뒤 자살
미국 사법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40년 이상 감옥에 갇혔던 60대 흑인 남성은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단 한 번도 재판을 받지 않고 3년이나 수감됐던 20대 흑인 청년은 풀려난 뒤 정신질환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미국판 사법살인’이라 부르며 사법제도의 허점을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1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 법원의 제임스 브레이디 판사는 8일 교도관 살해 등의 혐의로 43년 동안 수감된 앨버트 우드폭스(68)를 무조건 즉각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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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폭스는 1971년 무장강도 혐의가 인정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1972년 동료 재소자 로버트 킹, 허먼 월리스 등과 함께 폭동을 일으켜 백인 교도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혔다. 이들은 수감된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 소재지인 앙골라의 이름을 따서 ‘앙골라 3인방’으로 불렸다. 흑인 급진주의 좌파 단체인 블랙팬서당 출신인 우드폭스는 당시부터 “교도소 환경 개선을 요구했을 뿐 백인 교도관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드폭스가 교도관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는 43년이 걸렸다. 1992년 ‘인종 차별’을 이유로 주 법원에서 우드폭스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 1998년 배심원 판결로 유죄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후에도 올 2월까지 주 법원과 연방 법원을 오가며 유죄 판결과 번복이 이어졌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우드폭스는 문제투성이의 법적 절차 때문에 43년이나 독방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우드폭스는 현재 신부전, C형 간염,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다.
보석금 330여만 원이 없어서 3년 동안 교도소에 갇혔던 20대 흑인 청년은 출소 후 정신질환을 앓다 자살을 선택했다. 9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가방을 훔친 혐의로 2010∼2013년 소년범 교도소인 뉴욕 라이커스교도소에 수감됐던 칼리프 브라우더(22)가 6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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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석방 이후의 삶은 더 비참했다. 그는 독방 수감으로 발생한 피해망상과 불안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출소한 뒤에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갇혀 지냈다. 경찰이 자신을 쫓는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는 등 극심한 정신질환을 앓았다. 급기야 6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에게는 전날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