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장 생명과학부 교수
그런데 최근 에볼라만큼이나 치명적인 생물 테러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탄저균의 배달 사고가 있었다. 탄저균은 고위험 병원체 중 가장 위험한 세균으로 생물 테러 감염병으로 특별 지정된 병원체다. 메르스 사태와 탄저균 사고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을 생각해 보자.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가 주한미군과 합동 조사를 실시한 뒤 발표한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주한미군이 통합 위협 인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탄저균 샘플을 탐지하고 시험할 목적으로 불활성화된 상태의 탄저균을 반입했으나 미 육군의 실수로 생균이 보내졌을 가능성이 제기돼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후 미군은 샘플을 전량 폐기하고 해당 지역을 폐쇄하였다.”
이번 탄저균의 배달 사고를 통해 밝혀진 것은 북한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생물무기에 대해 미군이 주기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탄저 두창(천연두) 등 13종의 생물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주한미군은 한국 주둔 장병들에게 탄저 및 두창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며 생물학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자주 실시하고 있다. 한국군도 이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긴 하지만 주한미군과 비교해 보면 대응 태세가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국가 위기 초기 대응 필수 인원들에게 탄저 및 두창 백신 접종을 아직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번 탄저균 배달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쉽게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생물학적 사태에 대비한 범국가적인 체계를 갖추고 국가 차원의 연습과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민관군 초기 대응 체계 구축 및 핵심 인력의 예방 백신 접종, 민관군 통합 생물 테러 감시 및 진단 능력 확보, 필수 백신 및 항생제의 전략적 국가 비축 시스템 도입, 북한 보유 13종의 생물무기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국가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확산과 탄저균 배달 사고의 교훈은 국가 생물 방어를 위한 경계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로 이 신호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된 셈이다. 위기는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무지막지한 재앙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잘 준비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때다.
김익환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장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