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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토요일 출근-야근 부활… 위기감 커진 대기업

입력 | 2015-06-09 03:00:00


강유현·산업부

8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그간 1층 로비 커피숍 ‘H라운지’에선 커피를 마시거나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는 직원들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직원들은커녕 커피숍 불조차 꺼져 있었습니다. 커피숍 바로 앞에 있던 테이블 3, 4개도 사라졌습니다.

커피숍 앞에는 “사옥 내 기초질서 확보와 시업(업무 시작) 시간 준수를 위해 영업시간을 일부 조정한다”며 “5일부터 오전 7시 50분∼오전 9시 영업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H라운지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주요 임원들의 출근 시간인 오전 6시부터 문을 엽니다. 그러나 5일부터는 직원들 시업 시간인 오전 8시를 전후로 문을 닫은 겁니다.

특정 시간에 커피숍 이용을 자제하게 한 것은 일부 기업들이 특정 시간에 회의와 휴식을 금지하는 ‘집중근무 시간제’와 비슷해 보입니다. 특히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에 사내 커피숍 영업시간까지 조정하는 강수를 둔 것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최근 현대차는 해외에선 엔화 약세와 유로화 약세, 내수에선 수입차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직에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8일 내내 커피숍은 한산해 보였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임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곳은 현대차뿐만이 아닙니다. 포스코에서는 최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토요일에도 출근해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포스코가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5개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쇄신안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팀장급 이상 직원들 사이에서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와 혁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자”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사실상 야근이 부활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야근을 없애기 위해 2013년 8월부터 점심 이후 본사 구내식당 문을 닫고, 직원들이 야근을 많이 하면 인사고과에서 팀장에게 불이익을 줬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직원들 삶에는 ‘저녁’이 생겼지만 막상 야근을 해야만 하는 직원들은 눈치가 보여 커피숍에서 일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작년 말 선임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일을 하려면 눈치 보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면서 2월부터 구내식당에선 저녁 식사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직원의 야근 여부를 팀장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제도도 없어졌습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