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3차감염 현실로]
마스크 쓴 병원 근무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의 근무자와 내원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차 감염이 발생한 과정은 이렇다. 중동에서 감염된 첫 환자가 입원한 P병원의 같은 병동 40대 남성이 16번째 환자가 됐다. 이 16번 환자가 병원을 옮겨 E병원에 입원했다. 16번 환자와 E병원 같은 병실(6인실)에 입원한 70대 남성 2명이 23, 24번째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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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3차 감염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2차에서 3차로 감염되는 경우가 대량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지환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차 환자가 충분히 나올 수 있지만 3차로 이어질 경우 전염력이 약해져 기초감염재생산지수(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사태는 관리가 잘 안된, 그래서 예상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며 “외국에서도 병원 내에서는 3차, 4차 감염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 중동과 다른 바이러스 변종 가능성
최초 환자에서 22명의 2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메르스의 원인인 코로나-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종이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메르스 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다. RNA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보다 구조가 불안정해 변이가 잘 일어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RNA바이러스라 변이가 잘돼 예방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경우 아직 이런 가능성을 논할 수 없는 단계라고 지적한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환자 수가 적어 지금은 변이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메르스의 경우 아직 유전자 변이를 연구한 사례가 없어 변이 예측이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 교수는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사스의 경우 감염력이 뛰어난 형태로 변이가 일어나면서 치사율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스가 치사율이 떨어져 큰 문제가 안 된 것과 같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중동 바이러스와 다르다(변이가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도 첫 환자의 전염력만큼 2차 감염자가 3차 감염자를 양산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변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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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는 환자의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에 의해 감염된다. 비말에 물리적으로 접촉했을 때 감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왕성한 전염력으로 볼 때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스처럼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돼 널리 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본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말은 공기 중 떠 있다가 가라앉는다. 비말이 떨어진 몸과 물건을 만져 감염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공기 중 감염이 일어나려면 비말이 공기 중에 계속 떠있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 지역사회 전파는? 최대 잠복기는 14일?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명돈 교수는 “현재까지는 폐쇄된 공간이어서 감염 확산이 잘 되는 의료기관에서의 감염 사례들이었다. 지역 사회 전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우를 예로 들었다. 2012년 메르스가 처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긴 뒤, 2013년과 2014년 메카 성지순례 기간에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다녀갔지만 아직 지역 사회 감염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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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