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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사물인터넷, 또 하나의 산업혁명

입력 | 2015-06-01 03:00:00


주성원 산업부 차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보행자의 눈(홍채)을 인식해 개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 사람을 겨냥한 ‘맞춤형 광고’를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온다. 2054년의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했지만, 개봉 시기로만 보면 이미 13년 전에 ‘빅 데이터’와 ‘네트워크 사회’를 상상한 셈이다.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미래 사회의 개념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년)에서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이 ‘네트(Net·네트워크)’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교감하는 2029년의 세계에서는 사람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인간의 기억과 컴퓨터의 정보를 교류한다.

이처럼 픽션 속의 일로만 여겨졌던 ‘초연결 사회’가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이야기다. 휴대전화와 웨어러블 기기, 가전, 자동차 등 우리 주변의 ‘사물’이 센서와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IoT는 어느새 생활의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다.

IoT는 산업계에도 기회다. 영국 컨설팅 업체 매키나 리서치는 IoT 시장이 2024년 4조3000억 달러(약 4400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전자 업계와 시스템 서비스 업계, 이동통신 업계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IoT 신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 IoT 경쟁’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경쟁의 규칙’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IoT 표준화 단체를 구성하고, 앞다퉈 ‘IoT 플랫폼’을 공개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고, IoT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기업의 발 빠른 행보가 필요한 때일수록 규제와 투자 환경이 중요하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유도하려면,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처럼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규제를 두지 않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얼마 전 “통신 기업은 승인 없이 첨단 기기를 제조할 수 없다”는 법안을 바꾸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헬스케어,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서 각종 규제가 사업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산업계의 목소리다.

투자 환경도 그리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는 글로벌 IoT 역량을 평가하면서 한국에 대해 “기술이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운 나라”로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IoT를 통해 세계는 또 하나의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처럼 이번 산업혁명도 먼저 주도권을 잡는 쪽이 ‘모든 것’을 쥘 가능성이 높다. 2054년 또는 2029년에 한국이 IoT 강국으로 군림할지는 결국 ‘2015년의 대한민국’에 달렸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