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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최소 1656억원 뇌물 챙겨… 마피아 뺨치는 ‘비리 왕국’

입력 | 2015-05-29 03:00:00

[FIFA 부패 스캔들]
美, FIFA 부회장 등 14명 공갈-사기 포함 47개 혐의로 기소 방침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동아일보 DB

서류가방과 편지봉투로 돈을 건네고 돈세탁에 막말 공갈협박까지….

미 법무부가 27일 폭로한 내용으로 드러난 국제축구연맹(FIFA)의 민낯은 가장 공정해야 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그것도 세계 최대 프로협회를 이끌고 있는 단체가 범죄조직 마피아 뺨치는 방식으로 부패를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동아일보 DB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FA 간부 9명은 물론이고 이들에게 뇌물을 준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 4명, 뇌물수수 중재자 1명 등 총 14명을 기소할 것이며 향후 조사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을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린치 장관은 “1991년부터 24년간 FIFA 간부들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부패를 저질러 최소 1억5000만 달러(약 1656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종사자들은 각급 국제축구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등을 따내기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된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국외계좌 운영 등 무려 47개에 달한다.

기자회견 몇 시간 전 미 당국의 체포 요청을 받은 스위스 당국은 FIFA 임원들의 연례 회의가 열리는 취리히 5성급 호텔 ‘보르오라크’에서 제프리 웹 FIFA 부회장,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FIFA 부회장 겸 집행위원, 에두아르도 리 FIFA 집행위원 겸 코스타리카축구협회 회장 등 FIFA 간부 7명을 전격 체포했다. 스위스는 조만간 이들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할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FIFA의 부정부패 실상은 추악하다. NYT는 2010년 월드컵 개최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월드컵 유치를 위해 FIFA 관계자들에게 최고 1000만 달러(약 110억4000만 원)를 상납했으며 개최지 선정을 놓고 남아공과 경쟁을 벌이던 모로코도 100만 달러의 상납 시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제프 블라터 현 FIFA 회장(79)의 최측근인 중남미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72)도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 드러났다. 워너 전 부회장은 이번에 기소된 뇌물수수 중재자에게 “프랑스 파리로 가서 남아공 월드컵유치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호텔 방에 놔둔 ‘1만 달러의 지폐묶음이 가득한 서류가방’을 갖고 오라”고 지시해 가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FIFA의 한 간부도 2008년 초 약 1000만 달러를 스위스 금융계좌에서 워너 전 부회장이 관리하는 금융계좌로 온라인 입금한 사실이 수사 결과 밝혀졌다. 미 법무부는 워너 전 부회장이 이 중 상당액을 개인 용도로 썼다고 보고 있다.

워너 전 부회장은 2011년 FIFA 회장 선거 때 4선에 도전한 블라터 회장의 연임을 위해 돈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블라터 회장은 1998년 FIFA 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그는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한 호텔에서 캐리비안축구연맹(CFU) 관계자들을 따로따로 불러 4만 달러(약 4416만 원)의 현금이 든 편지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당시 돈 살포에 FIFA 관계자가 반발하자 워너 전 부회장은 ‘당신이 그렇게 경건하고 독실하면 교회를 세우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기소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사정 칼날이 ‘FIFA의 독재자’란 말을 듣고 있는 블라터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비영리단체로 등재돼 각종 감시와 견제에서 자유로운 FIFA를 자기 멋대로 주무르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여성 축구선수들에게 섹시한 유니폼을 입혀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9일 FIFA 회장 선거에 5연임에 도전하는 그가 이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FIFA 회장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며 ‘블라터 퇴진’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하정민 dew@donga.com·유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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