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정치부 차장
지난해로 33년간의 외교관 근무를 마친 윌리엄 번스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 외교안보 전문지에 소개한 얘기다. 다음 부임지를 두고 매년 두 차례 인사 홍역을 치르는 한국 외교부의 현실을 볼 때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특명전권대사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직전의 칼럼을 두고 의견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 대사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시간과의 싸움이 심화되는 건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특명전권대사의 정신을 되새기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렵지만 그 출발점은 슐츠의 충고처럼 외교관 스스로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명심하는 일이어야 할 것 같다. 일을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인사권자와의 관계, 자녀 교육 목적 등의 이유로 부임지가 정해지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장관만 쳐다보다가 인사에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나라와 국민을 제대로 대표할 수 없는 법이다.
2012년 10월 방한했던 빌뤼 쇤달 전 덴마크 외교장관은 “현대 외교관의 역할은 국가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자국과 주재국 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엮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스콧 와이트먼 전 주한 영국대사는 “외교관이 단순한 분석가이던 시절은 지났다. 영국의 장관이나 납세자들은 외교관이 협상가이자 (양국을 잇는) 전달자가 될 것을 기대한다”며 “외교관은 주재국 국민에게 신뢰받는 자국의 대변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만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변화된 환경을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 그는 “더 적은 시간을 들이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최신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며 “동시에 전통적인 형태의 외교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결합하는 창의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도 급속히 바뀌는 세상이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말 강력한 미일 신안보동맹을 내놓자마자 중국은 26일 미일 양국을 안보 위협세력으로 특정하며 군사적 충돌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대국들의 갈등이 불거지면 한국의 생존전략 마련은 점점 어려워진다.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그 해법 마련은 더 힘들어진다. 여기에 핵개발에 매진하고 측근까지 숙청하는 북한 문제도 안고 있다. 그만큼 우리 주변 정세는 녹록지 않고 외교 과제도 복잡해지고 있다.
김영식 정치부 차장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