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낸 소설가 김혜나
요가 자세를 취한 소설가 김혜나 씨. 동료 소설가 황현진 씨가 촬영했다. 김혜나 씨 제공
소설가 김혜나 씨(33)의 20대는 그랬다. “오전 7시에 햄버거 가게에 나가서 알바하고, 번번이 본심에서 미끄러져 등단은 안 되고, 살은 좀처럼 안 빠지고…. 앞이 안 보였어요.” 문청의 낭만적인 고뇌가 아니라 출구 없는 20대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그때 그가 택한 것은 요가였다. 2010년 장편 ‘제리’로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을 때 김 씨는 요가 강사라는 독특한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산문집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판미동)은 김 씨가 들려주는 요가 이야기다. “32인치 청바지도 안 맞을 정도로 뚱뚱했어요. 별의별 다이어트를 해봤는데 살이 안 빠지는 거예요. 때마침 요가 열풍이 불었는데 이젠 이것밖에 없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의외로 잘 맞았다. 6개월 만에 체중이 18kg 줄었다. 내친김에 요가지도자 과정도 등록했다. 소설가의 꿈은 여전히 열렬했지만 ‘소설가는 정규직이 아니니까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부업이 있어야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꿈이라는 게 내 안에 있는 건데 나를 돌보지 않고 밖에서 내 삶을 소비해 왔던 거예요. 행복하게 살려면 남을 의식하는 시선을 닫고 내 안을 바라봐야 하는 거죠. 그걸 가능하게 해준 도구가 제게는 요가였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잘 가꾸고 나니 작가의 꿈도 이뤄지더라고 그는 말했다.
책에는 물고기자세, 나비자세, 비둘기자세 등 다양한 요가 자세도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글쓰기와 요가의 공통점을 물으니 김 씨는 “둘 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비워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글쓰기란 결국 나를 사로잡았던 이야기가 내 안에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잖아요. 요가도 호흡과 자세를 통해서 내 안의 고민과 사유를 털어내는 것이고요. 비움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요가와 글쓰기 모두 내게는 수련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