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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적중률, 이혼도 예측한다

입력 | 2015-05-23 21:06:00

수학자 머리 교수와 동료들 … 신혼부부 700쌍 대화 내용 분석해 모델 만들어





신혼부부 한 쌍이 부부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준다는 용한(?) 수학자를 찾아갔다. 그 수학자는 신혼부부에게 15분간 대화하게 했다. 수학자는 그들의 대화 내용을 이혼 예측 모델에 적용해 분석한 뒤 “당신들은 어차피 나중에 이혼하게 되니 차라리 지금 이혼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이 수학자의 예측은 100% 가깝게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신이 이 신혼부부라면 어떻게 할까.

빅데이터를 도입하는 목적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데이터 분석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문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분석해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내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문제에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혼 예측 모델, 즉 결혼관계가 성공적으로 지속될 것인지를 부부간에 오고가는 일련의 대화로 분석한 사례를 소개한다. 비록 빅데이터를 직접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아니지만 문제에 창의적으로 접근한 연구로서 빅데이터 분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5분 대화로 이혼 가능성 예측

이혼율은 대부분 나라에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몇몇 선진국에서는 거의 50%에 이른다고 한다. 이혼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 가정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이 축적돼왔지만 이혼 예측 연구는 전무했다. 신혼부부가 백년을 해로할지 아니면 이혼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는 부부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문제 있는 부부의 상담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자인 제임스 머리(James Murray) 교수와 심리학자인 존 고트먼(John Gottman) 박사 등은 부부가 논쟁할 때 주고받는 말에 주목했다. 말로 인해 마음에 조금씩 금이 가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래서 대화나 논쟁 속에 포함된 긍정적인 표현과 부정적인 표현을 조사해 그중에서 애정, 기쁨, 유머, 의견 일치, 관심, 화, 거만, 슬픔, 울음, 호전성, 방어, 회피, 혐오, 모욕 등 14개 변수를 선정했다.

데이터는 갓 결혼한 부부 700쌍을 대상으로 수집했다. 신혼부부를 방 안에서 마주 앉게 한 뒤 돈, 성(性), 시댁 문제 등 평소 둘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주제에 대해 15분 동안 대화 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녹음된 대화를 분석해 무엇을 말했느냐에 따라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다음과 같이 +4점에서 -4점 사이 점수를 부여했다.

데이터 분석에서 핵심은 대화 속에 나타나는 긍정적 상호작용과 부정적 상호작용 비율이었다. 부부 각각의 측정 점수를 차이 방정식 모델(difference equation model)이란 수학 모델에 입력한 뒤 그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그래프에서 남자의 선(line)과 여자의 선은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며, 두 선이 만나는 위치는 결혼생활의 실패 확률로 분석됐다. 긍정적 상호작용과 부정적 상호작용 비율이 5 대 1 이하로 떨어지면 결혼생활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런 분석을 통해 머리 교수와 동료들은 700쌍의 신혼부부를 다음과 같은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12년 후 예
측 결과 94% 적중

각 그룹 특성을 바탕으로 머리 교수는 유효 부부와 회피 부부는 이혼하지 않고, 적대적 부부와 적대적 고립 부부는 언젠가 이혼하리라 예측했으며, 불안정 부부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영위하지만 이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 교수는 실험 이후 12년에 걸쳐 1~2년 간격을 두고 실험에 참가한 부부들에게 연락해 이혼 여부를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12년 후 확인한 결과, 신혼부부 700쌍에 대한 이혼 예측은 놀랍게도 94% 적중했다. 예측이 100% 완벽하지 않고 약간의 오차가 난 것은 이혼은 하지 않은 채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리라고 예상했던 불안정 부부 중 일부가 실제로 이혼했기 때문이다.

이 분석 결과는 ‘결혼의 수학:동적 비선형 모델(The Mathematics of Marriage: Dynamic Nonlinear Models)’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연구는 이혼을 부르는 부부 사이 파괴적인 의사소통 패턴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상담치료사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고트먼 박사 역시 이 연구 결과를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는 아내 줄리와 함께 고트먼 부부관계 연구소(The Gottman Relationship Institute)를 설립해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비디오와 훈련모임, 그리고 소통을 증진하는 다양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소에서 이틀 동안 진행하는 부부 워크숍에 참가한 부부의 75%가 파탄 난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5년 5월 27일자 9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