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개인적 이익 도모 안해”… CP발행 사기혐의 일부만 인정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 명에게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현 회장은 22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그러자 재판장이 판결 주문을 다 읽기도 전에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150석의 방청석은 물론이고 선 채로 대법정을 가득 메운 피해자들은 재판부를 향해 “×판이지 이게 재판이냐” “법원 문 닫아라, 유전무죄다” 등의 욕설과 고성을 터뜨렸다. 선고가 끝난 뒤에도 이들은 30여 분간 법정을 나가지 않은 채 항의를 계속했다.
동양인터내셔널 피해자 김흥준 부대표(55)는 “오늘 판결은 동양 피해자들에 대한 사형 판결”이라고 분노했고, 또 다른 피해자 김현희 씨(61·여)는 “건국 이래 최다 피해자, 최대 피해 금액이 발생한 사건인데 진짜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대한민국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광고 로드중
재판부는 동양그룹의 1차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가 현 회장이 부도를 예견할 수 있었던 시점을 2013년 8월 중순으로 보고, 그 이전에 발행된 CP 및 회사채 발행과 판매에 따른 사기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공소가 제기된 2013년 2월 22일부터 2013년 9월 17일까지 판매된 CP 및 회사채 가운데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한 달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유죄로 인정된 피해금액도 1조2958억 원에서 170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동양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제기해놓은 민사소송에서 피해배상 판결을 받아내기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배중·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