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훈련장 난사 사건으로 관심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는 전투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이 파편으로 인한 상해를 막기 위해 방탄복을 착용한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구형 방탄복과 신형 방탄복에 총알을 쏴 성능을 비교한 결과 신형은 방탄판에 변형이 거의 생기지 않은 반면(왼쪽) 구형은 총알에 맞은 부위가 움푹 파였다. 삼양컴텍 제공
군용 K-2 소총의 경우 총알은 초속 약 990m로 날아간다. KTX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K-2 소총의 탄환이 명중하는 순간 가해지는 충격은 12c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관통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방위산업체인 삼양컴텍 특수사업부 류인원 이사는 “군에 보급된 3A단계 구형 방탄복에 세라믹이나 아라미드 계열의 방탄판을 삽입하면 성능이 3단계로 향상돼 K-2 소총 탄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탄복 제작업체인 웰크론 관계자는 “지금까지 3단계 이상의 방탄복을 판매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황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교수팀이 개발한 ‘그래핀 방탄복’은 강철보다 10배 강력한 방탄 효과를 보인다. 그래핀이 총알에 의한 충격을 주변으로 빠르게 전파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제공
방탄복의 핵심은 탄성률이다. 방탄복은 총알에 의한 충격이 가해져도 변형이 적어야 하는 만큼 탄성률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즘 방탄복에 사용되는 섬유는 탄성률이 높다. 방탄복 소재로 유명한 미국 듀폰의 ‘케블라’는 130GPa(기가파스칼) 정도다. 이는 고성능 자동차 강판보다 130배 더 튼튼한 수준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방탄복을 분해해보니 2단계 방탄복은 케블라를 약 24겹, 3단계의 경우 약 36겹을 겹쳐서 만든다”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인 이재황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기계 및 산업공학과 교수팀은 그래핀을 활용해 강철보다 10배 이상 효과가 뛰어난 방탄복을 개발하고 지난해 11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름이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그래핀을 여러 겹 쌓아 방탄용 소재를 만들었다. 이를 활용하면 100만 장 이상 겹쳐도 두께가 0.3mm밖에 안 돼 얇고 가벼운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
이진우 삼양컴텍 방탄시험소 선임연구원은 “구형 방탄복은 해군이 사용하는 부력형 방탄복이나 파편을 막기 위한 파편용 방탄복이 대부분”이라면서 “신형 방탄복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