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학자 5명중 4명이 “한국, 디플레 또는 직전단계” 유럽중앙銀, 소비-투자 살리려 2014년 예금금리 마이너스로 디플레는 회복 힘든 중증질환… 한국은행, 더 미적대지 말고 과감한 경기 부양책 나서라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ECB 같은 중앙은행은 소비와 투자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린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명목금리가 아니라 실질금리다. 중앙은행들은 명목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실질금리를 내리려고 노력한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와 물가의 차이를 뜻한다. 디플레이션이나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실질금리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순간에 명목금리가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
독일 채권시장에서 수익률은 몇 년의 만기 동안 마이너스다. 독일에서는 채권을 사는 사람들이 채권을 소유하는 대가로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하는 측에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왜 투자자가 금리를 받는 대신 돈을 지불하면서 채권을 사야만 하는 것일까. 수학적으로 보면 금리는 채권가격과 반비례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은 오른다. 시장이 디플레이션을 예상하면 명목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채권가격은 상승해 채권 구매자가 이득을 보게 된다. 만기 때까지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을 보유하지 않는 한 채권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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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기업들은 가능한 한 오래 현금을 쥐고 있으려고 최대한 늦게 구매대금을 지불하려 할 것이다. 소위 ‘자금 관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사람은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좀 기다려야 한다.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는 돈을 지급할 사람이 가능한 한 빨리 지급하는 게 유리하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채권 보유자와 세금 당국은 수단껏 최대한 늦게 돈을 받으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경우 금융회사에 소액을 예치하고 있는 예금주에게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만약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소비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기 위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 현금으로 직거래를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다른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은행들은 특정 기준을 넘어서는 거액의 돈을 예치할 경우에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기업들은 현금 거래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특히 거액이 오가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유로존 은행들은 ECB에 수조 유로를 예치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상업은행들이 가계나 기업에 대출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ECB는 은행들의 대출 장려를 위해 ECB에 돈을 예치하면 수수료를 부과한다.
마이너스 금리가 갖는 문제는 또 있다. 소매 금융의 예금에는 제로 금리를 적용하는데 대출 시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스페인의 한 금융회사는 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이자를 받는 대신 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현금 거래가 늘어날수록 금융회사의 중개를 건너뛰고 직거래를 하는 거래자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이는 경제 전반에 해가 된다. 일각에서는 거액의 현금 거래에는 특별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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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