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 9년차에 단행한 북한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신중하고 정치적 고려를 너무 많이 하는 반 총장 특유의 성격이 많이 작용한 탓”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6년 사무총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여러 차례 방북 의지를 밝히면서 그 때마다 ‘적절한 시기와 여건 아래’라는 단서를 붙였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개성공단이 잘 돼야 된다는 넓은 공감대가 있지 않나. 개성공단 방문을 남북대화나 한반도 주변 상황과 곧바로 연계할 필요가 없지 않나. ‘큰 방문’보다는 문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큰 방문’이란 평양을 정식으로 찾아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많은 호의와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반 총장의 방북 성사는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 총장의 정무파트 측근들이 2010년과 2011년 잇달아 방북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북한은 또 ‘유엔 회원국’의 자격으로 반 총장에 대한 초청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반 총장이 19일 “유엔은 북한의 유엔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 총장이 ‘유엔의 수장이 회원국을 방문한다’는 명분으로 언제든 방북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 총장은 그동안 자신의 방북이 미국과 한국 당국의 대북 정책이나 전략에 부담을 주거나 북한의 대외선전에 악용되는 것을 염려해왔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