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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작가 “타인을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사람이 멋진 인간”

입력 | 2015-05-14 03:00:00

웹툰 ‘송곳’ 출간한 최규석 작가




외국계 대형마트의 부당 해고에 대한 ‘을’의 저항을 그린 웹툰 ‘송곳’의 저자 최규석 씨. 창비 제공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화제의 웹툰 ‘송곳’의 저자 최규석 씨(38)의 말이다. 2013년 말부터 네이버에 연재되기 시작한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에 다니는 주인공 이수인 과장이 부하 직원들을 부당 해고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은 후 노동운동가 구고신을 만나 회사에 대항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부당한 갑의 횡포에 맞선 을의 저항을 통해 국내 노동 환경의 불합리와 노사 관계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단행본 3권(창비)의 출간을 맞아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주인공 이수인 과장이 상사의 직원 해고 지시를 거부하는 ‘송곳’의 한 장면. 창비 제공

“노동운동 하는 분들을 보면 시대에 뒤처져 보이기도 하잖아요. 시뻘건 옷을 입고, 머리에 띠를 매고 주먹질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도 집회 문화 자체는 ‘구려 보인다’고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아요. 조금 다른 식으로 노동운동을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멋지게 그리려 했습니다.”

최 씨는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2007, 2008년 까르푸-이랜드 사태에 참여했던 김경욱 당시 노조위원장과 노동운동가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를 인터뷰하는 등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주인공 이수인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르다. 건조하고 정도 없어 보이지만 옳지 않은 일은 냉철히 반대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최 씨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혼자 벌어서 네 식구 그럭저럭 먹고살던 시절, 다시 안 와요”,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등 현실을 날카롭게 담아낸 대사도 화제다.

“‘송곳’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선악 대결이 아니에요. 선하다고 다 훌륭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선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멋진 인간이 타인을 위해 죽도록 고생한다’는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송곳’은 영화화가 확정됐다. 드라마화도 논의 중이다. 인기 웹툰 ‘미생’과도 비교되곤 한다.

“‘송곳’ 구상 중에 ‘미생’이 확 뜨더군요. 장그래가 회사에서 노조를 만들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럼 제가 할 게 없어지잖아요. 우연히 ‘미생’ 윤태호 작가를 만나서 물어봤더니 ‘장그래가 노조 만들 일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평소 회사 생활을 하실 때는 ‘미생’을 보시다가 회사 분위기가 흉흉해지면 ‘송곳’을 봐주세요.(웃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