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 기자·사회부
전 전 회장은 이란석유공사로부터 받은 석유플랜트 공사대금 7100만 유로(당시 약 1000억 원)를 빼돌린 혐의로 고발당해 7일 검찰이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소유한 골프연습장은 울산석유화학공단 입구인 남구 상개동에도 있다. 2009년 개장한 이 골프연습장은 부인 소유로 돼 있다.
1989년 전 전 회장이 설립한 성진지오텍은 2006년에 1억 달러를 수출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2007년에는 성진지오텍의 화학플랜트용 정유탑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32%)에 올라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올랐다. 그는 국제라이온스 355-1지구 총재와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했다. 일출 명소인 울산 간절곶에 대형 우체통(높이 5m, 둘레 2.4m, 무게 7t)도 기증했다.
그런 전 전 회장에게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포스코가 전 전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혐의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전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 445만9200주를 주당 9620원에 매각했다. 포스코는 전 전 회장이 BW를 인수한 6일 뒤 주당 1만6330원에 인수했다. 전 전 회장이 약 300억 원의 매매 차익을 얻은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에 본사와 공장 3곳을 운영했던 성진지오텍은 포스코에 인수된 뒤 포스코플랜텍으로 이름이 바뀌고 본사도 경북 포항으로 옮겼다.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대출 원리금 약 440억 원을 연체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600여 명의 직원들은 회사가 문을 닫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전 회장은 2012년 8월 울산을 떠나 부산에서 해양플랜트 관련 4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화그룹 대주주로 새 사업을 하고 있다.
근로자와 학생 서민이 많은 곳에 골프연습장을 지어 눈총을 받았던 기업인, 부실투성이 기업체를 수백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대기업에 팔아넘긴 기업인, 600여 근로자를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로 몰아넣은 기업인은 멀쩡하게 새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연 사회 정의가 제대로 서 있는지 울산시민들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정재락 기자·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