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다시 강경 투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원내 지도부의 새로운 선출과 동시에 새로운 투쟁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쓸 법한 ‘투쟁’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입에 올렸다.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파문의 원인을 제공한 ‘공적 연금 강화’ 의제를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먼저 공무원연금을 고치고,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순으로 가는 것을 국민적 합의로 보아야 한다. 잘못한 사람이 되레 화를 내는 적반하장의 행태다.
문 대표는 취임 이후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걸고 당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속한 친(親)노무현계의 습성인 독단주의와 여전히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정부 여당에 대해 선전포고 같은 ‘입장 발표’를 하고 광주에 ‘낙선 인사’를 간 것도 문 대표 측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 날까지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고집해 결국 개혁안을 파탄 냈다. 지난해 8월에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 씨의 단식을 중단시키겠다며 농성장을 찾았다가 함께 단식 농성을 했다. 정국의 고비 고비마다 소통과 타협을 모색하기보다는 투쟁을 선택했던 강성 기조가 다시 불거진 느낌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어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실패한 정무적 판단력을 가진 인사들이 문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며 비선 라인의 정리를 촉구했다. 옛 DJ(김대중)계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물밑으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결합해 호남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물러난 우윤근 전 원내대표는 “여당을 설득하는 것보다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게 더 어려웠다”면서 투쟁 일변도의 정치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대립의 정치는 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보여 온 변신의 노력마저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