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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청년들 일자리 애타는데… 국민 위한 정치 맞나”

입력 | 2015-05-07 03:00:00

[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경제활성화법안 국회 압박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발표한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을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지적했다. 기업이 다루는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하는 기존 화학물질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화평법이 기업 영업기밀 보호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통상마찰로 번지고 있는 화평법은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의원입법에서 비롯한 대표적인 과잉 규제 사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사용량에 관계없이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는 내용의 의원법안을 제출하고 상정 16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강한 규제가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의원입법에 대해 강하게 성토한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의원입법 중 상당수가 부실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정부 안팎의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입법(立法) 실적을 채우고 인기를 얻기 위해 무리한 규제가 담긴 법안을 만들다 보니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부실 입법으로 법질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의원입법 규제인 화평법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날 “애당초 그렇게 안 돼야 했는데 덜커덕 통과가 돼서 후회할 일이 생겼다”며 “과잉 규제로 기업인을 위축시키고 고통을 주는 것은 국민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발의된 주요 의원입법 법안을 들여다보면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의 규제가 포함된 법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관광통역안내 자격이 있어야만 외국인 관광객 안내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이지만 영세한 관광업계에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의원입법을 규제 양산의 ‘우회로’로 쓰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에 소득세 세무조사 권한을 부여한 지방세법 개정안이나 보조금 상한선 폐지 등을 담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등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만들었으면서 의원 이름만 빌린 이른바 ‘청부입법’이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을 거론하며 “일자리 수십만 개가 달려 있는데, 당사자인 청년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나. 그런데도 이것을 붙잡고 있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묻고 싶다”며 정치권을 거듭 압박했다.

또 박 대통령은 ‘원클릭 간편결제서비스’ 시연을 지켜본 뒤 “정말 이제부터는 외국인들이 어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느냐”라며 “하도 여태까지 힘들어서…”라고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1차 규제개혁 회의 때 ‘액티브엑스’라는 한국에만 있는 규제로 해외에서 ‘천송이 코트’(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입은 코트)를 구입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박 대통령이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규제가 실제로 완화되는 데 1년여가 걸린 것을 두고 한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1부 회의가 끝난 뒤 중남미 순방 이후 악화된 건강을 염려한 참모들의 조언에 따라 2부 순서 때 퇴장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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