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악 후폭풍/국민연금 어디로 가나]‘사회적 기구 논의 어떻게’ 전문가 제언
5일 보건복지부와 연금·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하기로 한 ‘사회적 기구’에서 소득대체율 인상보다 △전체 가입자 확대 △장기 재정 목표 수립 △저소득층 혜택 늘리기 등을 우선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구의 활동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활동 기간이 9월 정기국회 전까지로, 4개월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2028년 이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되면 ‘정쟁(政爭)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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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는 “국민연금 개선 절차는 보통 저변 넓히기와 재정 목표 등을 논의한 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이번처럼 목표 소득대체율부터 정하고 논의에 들어가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여서 국민연금 개선 작업의 원만한 진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득대체율 인상 규모가 정해진다고 해도 보험료 인상이 수반될 경우 보험료 부담 때문에 △자영업자 △저소득층 △주부 △경력 단절 여성 같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보험료를 회사와 본인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직장 가입자와 달리 이들은 9%를 모두 자신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오르면 이제 막 사각지대에서 벗어난 가입자들이 대거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자 중 제대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약 570만 명을 정상 납부자로 전환시키고, 필수 가입 대상자는 아니지만 주부와 경력 단절 여성 등 1084만 명의 미가입자를 최대한 가입자로 만드는 논의부터 사회적 기구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추계센터장은 “소득대체율이 인상된다면 그 수혜자는 지금도 그들 나름대로 충분히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국민연금 혜택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이 더 시급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4년 사회보험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임금이 300만 원 이상인 근로자들은 90%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지만 △200만∼300만 원 미만 82.3% △100만∼200만 원 미만 60.7% △100만 원 미만 15.0%로, 임금 수준이 낮아질수록 가입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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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회적 기구에서는 미래 국민연금 납부의 부담 주체인 ‘2030세대’, 즉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미래에 복지 부담을 직접 담당하게 될 세대와의 합의 과정은 안정적인 국민연금 재정 목표 수립과 운용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