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이유는 이 회사의 주식이 최근 1년 사이에 2000%가 오른, 최고의 화제 종목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주식 상승세를 주도하는 종목의 상당수는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해 ‘대박’을 낸 기업들이다. 로션과 크림도 구분하지 못하던 남성들이 ‘마스크팩은 어느 제품의 밀착감이 최고’고 ‘크림은 역시 달팽이와 말기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주식 덕분이다. 이날 행사의 목적도 제품의 우수성을 국내에 알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회사 대표는 ‘영업 이익과 매출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지금의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역설했지만 주가 폭등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경영진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대표는 자리를 떠나려다 몇몇 취재진에게 몰려 ‘감금’당하는 모습을 연출하고야 말았다.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이런 상황을 송고했다. 경영진의 태도에서 성공으로 인한 흥분이 미숙하게 드러났고 모든 설명을 모델 영입으로 대신하려는 순진함이 보였다. 대부분의 기자가 빠져나간 뒤 지친 얼굴로 돌아온 경영진은 비로소 회사의 계획을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몇 분 전에 그들이 보여줬어야 할 태도였다. 석 달 전에도 중국 진출 성공으로 ‘황제주’가 된 또 다른 화장품 회사의 대표에게 기자들이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이제 겨우 1.5%다. 3%로 올리려고 모두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질문에 끝까지 귀를 기울이는 모습, 수치와 근거를 찾는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말투와 눈빛, 사소한 태도가 회사와 주식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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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은 듯, ‘어쩐지’ 멋져 보여야 진짜 멋쟁이라는 뜻이다. 급기야 올해는 명품 가방을 꾸깃꾸깃하게 쥐고 비싼 옷을 너덜너덜하게 입는 ‘애티튜드’가 유행이다. ‘우리 인생에는 돈이나 주식, 명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나는 그걸 아는 사람이에요’란 태도가 멋쟁이의 기준인 것이다. 곤욕을 치른 화장품 회사의 경영진이 보여줘야 했던 건 돈을 버는 마술이 아니라 책임자다운 태도였다. 이것은 사실 정교한 가면이다. 하지만 적절한 가면을 쓰지 못하는 건 대부분 솔직해서라기보다 무감각 때문이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상류층의 위선을 풍자하지만 부자와 권력자들이 주인공들만큼 체면과 욕심 사이에서 절제하는 태도만 보여준다면 훨씬 멋있는 사회가 될 것 같다.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라는 말처럼 헛된 울림도 없다. 올해 멋쟁이가 되려면 꼭 사야 할 것이 애티튜드다.
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hold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