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 외교무대 데뷔 불발
북한 노동신문이 30일 소개한 북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 모습. 노동신문은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를 위해 지난달 27, 2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최고사령관 동지(김정은)의 뜻깊은 공연’으로 관람자 얼굴에 기쁨이 넘쳤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앞서 3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시작으로 러시아 당국자들은 전승행사의 북측 참석자가 김정은이라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명목상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니라 실권자 김정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도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제1비서의 참석은 외교적 통로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김정은 참석’을 약속했던 북한이 갑자기 불참으로 방향을 튼 것인지, 러시아가 전승 행사의 흥행을 위해 부정확한 북한의 답변을 김정은 참석으로 섣부르게 단정한 것인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내부 문제’라는 설명이 완곡한 거절을 뜻하는 외교적 수사인지, 실제로 북한 내부 통치기반에 불안 요소가 발생했기 때문인지도 분명치 않다.
첫 외유 목적지를 러시아로 택할 때의 부작용, 대규모 공개 행사에 나타났을 때의 부담감도 김정은이 러시아행을 포기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비록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과 3차 핵실험으로 관계가 불편해졌다고 하지만 최대 맹방인 중국을 제치고 러시아부터 방문하면 중국의 보복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공개 행사에서 노출되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일거수일투족이 외부 정보기관에 포착된다는 부담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러시아에 김정은을 위한 특별의전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정보도 있다.
국제 행사에서 각국 정상은 집권 기간에 따라 의전 서열이 매겨진다. 집권 기간이 같으면 연장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집권 기간 3년 남짓, 31세 김정은에게 서열 순위 말석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러시아에 가더라도 전승절 직전에 따로 다녀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