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8일 경북 경주시 일대에서 ‘디스커버리 스포츠 어드벤쳐 데이’ 시승행사를 열었다.
울퉁불퉁한 노면과 가파르고 기울어진 산기슭… 시야확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감에 의지해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칫 주행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마음을 지배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핸들을 움켜쥐고 있는 손아귀에 잔뜩 힘이 들어갔고, 오른쪽 발은 브레이크를 연신 밟아댔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어느새 사라졌다. 시승에 나선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험로일수록 진가를 발휘해줬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 라인업에 새롭게 합류한 콤팩트 SUV다. 현재는 단종된 ‘프리랜더’ 후속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경쟁상대로는 아우디 Q5와 BMW X3 등이 있다.
지난 28일 경북 경주시 토함산 일대에서 반나절 동안 이 차를 타고 산길을 누볐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자랑하는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산으로 향하는 틈틈이 온로드 주행 능력도 알아봤다.
경사면이 30도 정도 되는 비탈을 좌우로 번갈아가면서 걸쳐 통과할 때의 승차감도 느껴봤다. 양쪽 서스펜션은 성인 두 명이 탑승해 약 2140kg(공차 1990kg)가 된 차량 무게를 무리 없이 잘 견뎌줬다. 더욱이 차량이 기울어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안정적으로 빠져나왔다.
연속되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에서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차에는 랜드로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내리막길 속도 제어장치(HDC. Hill descent control)가 탑재됐다. 이 기능을 켜고 급격한 내리막에 진입했다. 전문 드라이버의 요청대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더니 ‘드르륵’ 소리와 함께 차량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와 함께 크루즈컨트롤도 스스로 작동됐다. 속도는 최소 5km/h부터 버튼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이어 40도 경사의 오르막길에 올라 기어를 후진(R)으로 바꿨다. 마찬가지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은 건드리지 않았다. 차량은 진행 방향으로 천천히 주행해 스티어링 휠로 방향만 조절하면 됐다. 실생활에서는 백화점 등 가파른 경사의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올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동안 오프로드 테스트를 마치고 일반도로 주행 능력을 시험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장착된 2.2리터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과 최대토크 42.8kg·m를 발휘한다. 9단 자동변속기는 세밀하게 세팅된 기어비 덕분에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러운 가속을 돕는다.
구불구불 곡선 주로에서도 주행은 안정적이었다. 강철 하부구조에 장착된 후륜 서스펜션이 날카로운 스티어링 반응을 이끌어 민첩성 높은 코너링을 구사하게 했다.
고속구간 시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것도 이 차의 강점 중 하나다. 디젤 차량임에도 엔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외부 소음을 막는 특수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신차는 콤팩트 사이즈(전장 4590mm, 전폭 1894mm, 전고 1724mm)지만 널찍하고 강인한 실내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외관의 경우 보닛 위에는 ‘디스커버리(DISCOVERY)’ 문구를 크게 새겨 특유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6각형 패턴의 메시 그릴과 사다리꼴 공기 흡입구는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내부는 넓은 공간이 돋보이는데 최대 160mm까지 조절 가능한 뒷좌석 슬라이드 기능은 넉넉한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또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은 운전석보다 50mm 높게 설계돼 다소 협소한 공간에서 개방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829리터에서 뒷좌석을 접으면 1698리터까지 확장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는 랜드로버 모델 최초 ‘보행자 에어백’이 들어갔다. 시속 24~48km에서 충격이 감지되면 60밀리 초 이내에 에어백이 작동해 보행자 부상 위험을 줄인다.
복합연비는 11.2km/ℓ. 가격은 기본 5960만 원부터 시작한다. 상위 모델은 6660만 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사전 계약 대수는 현재까지 1000대로 파악되고 있다.
경주=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