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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4월 27일
2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 할머니가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수(87) 할머니도 이날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두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의 참상을 알리며 눈물을 흘렸다. 일제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역사적 아픔을 왜곡한 채 미국 방문에 나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1996년 오늘, 일본 도쿄의 박스 히가시 나카로 극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훗날 ‘화차’ 등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2’(낮은 목소리2·사진)였다.
하지만 일본 우익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한 청년이 갑자기 소화기를 분사한 것이다. 우익단체 회원인 청년은 로비로 뛰어나가 현지 영화 배급사 판도라의 직원 등 관계자들에게도 ‘만행’을 저질렀다. 우익단체들은 판도라에 상영 중단을 협박하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낮은 목소리2’는 이후 6주 동안 도쿄와 후쿠오카, 오사카, 나고야 등을 돌며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1993년 7월부터 95년 4월3일까지 사전조사와 본격 촬영 등 과정을 거쳤다. 10만피트(30여km)의 필름에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세 할머니가 겪운 참상의 역사와 아픔이 담겼다. 수백여명이 100피트 필름값을 후원한 영화는 16mm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국내 처음으로 1995년 4월29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등에서 개봉했다. 마침 영화 탄생 100주년이었고 광복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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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