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배신/댄 리스킨 지음·김정은 옮김/304쪽·1만4800원·부키
리처드 도킨슨의 기념비적인 저작 ‘이기적 유전자’(1976년) 이후로 인간과 자연이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는 생물학계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코넬대 박사 출신이자 디스커버리 캐나다 채널의 일일 과학프로그램 ‘데일리 플래닛’의 공동 진행자인 저자는 한마디로 정의한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자신의 DNA를 복제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이기적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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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경에서 말한 7가지 죄악 ‘탐욕 색욕 나태 탐식 질투 분노 오만’을 키워드로 생명계의 잔혹하고 이기적인 속성을 수백 건의 사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생명체들이 DNA의 명령에 최선을 다해 따르는 고깃덩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같은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에 대해 갖는 부성애도 결국 DNA 복제라는 대명제에 포함된 것이라는 회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DNA의 명령에 따르는 고깃덩이 로봇에 불과한가? 저자는 ‘오만’이 인간을 구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동물에게 적용되는 이기적 본성이 인간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오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고깃덩이 로봇이 DNA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이기심에 반란을 일으킬 때 바로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