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이 극중 사랑하는 사이인 두 여고생 은빈과 수연이 키스하는 장면을 내보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3일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았다. 필요 이상 키스 장면을 길게 내보낸 선정적 방식 등이 지적됐다.
사회에서 늘 뜨거운 논란을 부른 동성애에 대해 TV 드라마는 어떻게 다뤄왔을까. 드라마의 키스 신을 통해 세 가지 유형으로 분석해봤다.
●남장 여자-남자, 로맨스형
최근 종영한 MBC 월화극 ‘빛나거나 미치거나’ 7회(2월 9일).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가 깔리는 가운데 개봉(오연서)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맺히고, 왕소(장혁)와 개봉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개봉은 청해상단 부단주라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했고, 이를 모르는 왕소는 개봉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 왕소는 ‘이게 아닌데’ 생각하지만 그의 입술은 개봉의 입술에 거의 다다른다. 흔히 드라마에서 남장 여자와 남자 간의 키스 신은 남녀간의 극적인 로맨스를 강조하는 장치로 쓰인다.
동성애를 다룬 MBC ‘커피 프린스 1호점’(2007년)에서도 남자 행세를 하는 고은찬(윤은혜)의 매력을 거부하지 못하는 최한결(공유)이 “갈 데까지 가보자”라며 은찬을 덮치는 키스 신은 오래 회자되는 명장면.
남자는 상대가 남자(사실은 여자)임에도 샘솟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한다. 남장 여자는 자기가 사실 여자임을 사랑하는 남자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머리와 심장의 전투 속에 남자 주인공이 일단 ‘키스’를 하면서 심장의 승리로 끝난다.
●여장 남자-남자 코믹형
남자끼리 키스 신을 찍은 남자 배우들은 ‘멘붕이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서준은 드라마 방영 뒤 인스타그램에 “영혼 털림 by 요나”라는 설명과 함께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진을 올렸다. 여배우들이 남자 주인공과의 키스 신에 대해 ‘연기였을 뿐’이라고 하면서 대범하게 넘기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남, 여-여, 진정성과 선정성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사랑을 다룬 동성애 드라마는 흔치 않다. 조인성과 주진모의 진한 키스신이 나왔던 ‘쌍화점’(2008), ‘마성의 게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던 일본 만화 원작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등 영화보다 성 표현의 규제가 강한 TV에서의 동성애는 뜨거운 감자다.
김수현 작가의 2010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SBS)는 동성애(게이)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가 됐다. 극중 게이 커플의 키스 신은 벽으로 가린 채 내보냈고, 동성애 반대 여론 탓에 두 사람의 언약식 장면은 편집돼 방영되지 못했다. 김 작가는 “사회가 동성애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