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시필레 새 총리 유력… 총선서 중도성향 야당 1당 올라 “기업처럼 국가운영… 일자리 창출”, 극우당 2당 약진… 反EU도 거세져
19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 성향의 중앙당이 의회 200석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인 49석(21.5% 득표율)을 차지해 집권당이던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연합당을 밀어내고 정권을 탈환했다. 반(反)유로, 반이민을 내세운 ‘핀란드당’은 38석(17.6%)을 차지해 제2정당에 올랐다. 반면 친(親)유럽 성향의 연정을 이끌어 왔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현 총리의 중도 우파 국민연합당(NCP)이 37석,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DP)은 34석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3년째 이어진 경기 침체 때문이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차지하던 노키아가 몰락하자 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휴대전화와 함께 또 다른 수출산업이던 목재산업도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쇠퇴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접국인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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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을 이끄는 유하 시필레 대표(54)는 이번 총선 승리로 새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루터교 부흥 운동 단체에 속한 종교계 인사이자 벤처기업 신화의 주인공인 시필레 대표는 1990년대 초반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솔리트라의 사주 겸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그는 1996년 이 회사를 1200만 유로(약 140억 원)에 팔아 백만장자가 됐다. 그 후 포르텔 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바이오 에너지 기업들에 투자했다. 2011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불과 1년 만에 중앙당 당수가 됐다.
시필레 대표는 총선 캠페인에서 “핀란드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하고 싶다”며 “장관을 17명에서 12명으로 줄이고, 기업인을 다수 입각시켜 내각이 이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 친기업 세제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새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가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중앙당은 다수당이지만 전체 의석의 과반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최소한 2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반대하고 유로존 축출을 주장해 온 ‘핀란드당’의 연정 참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핀란드당이 정부에 참여하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가장 강경한 북유럽국가가 탄생할 것이며,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