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첫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며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 발전을 새 노선으로 제시했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며 “현재의 ‘저(低)부담 저복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중(中)부담-중복지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무상보육과 관련해 “보육예산과 보육공동체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설계하자”고 제안했지만 연설의 핵심은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는 다른 기조이고, 오히려 야당의 주장에 다가서는 ‘새누리당의 좌클릭’이라 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오늘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승민 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는 환영 성명을 내놓았을 정도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대로 지난 3년간 세수 부족 규모가 22조20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은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복지 구조조정이나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모든 부담은 미래 세대의 빚으로 전가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중부담 중복지’인지, 이를 위해 증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인지, 그 부담은 어떻게 나눠 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정치·사회적으로 논의가 분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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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유 원내대표의 말에서 진정성을 찾고 싶다. 그러나 그의 문제 제기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 내에서 먼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과 구조개혁의 방법론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 국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거쳐 합의 도출을 시도하고, 합의가 안 될 경우 각 당의 정책-노선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