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식 ‘무허가 사설 도로연수’ 기승 노란 연수車대신 일반 승용차로 영업… 제동 잘 안돼 끼어든 차와 충돌위험 직장인-장롱면허 주부가 주고객… 사고땐 이용자 보상 못받아 ‘조심’
3일 취재진이 탑승한 불법 운전연수 차량 조수석에 설치된 보조 브레이크 모습(점선 안). 일반 차량 브레이크 페달과 달리 가느다란 막대 모양으로 설치돼 있으며 개조 방식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출발 전 이 씨는 조수석 바닥을 가리켰다. 일반 운전면허학원 차량처럼 조수석에도 브레이크 페달이 달려 있었다. 그는 “조수석에도 브레이크가 달려 있을 정도로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강조했다. 차량의 종합보험증서까지 꺼내 흔들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돌발 상황이 이어졌다. 고속화도로인 강변북로에 진입하자 느리게 달리는 연수 차량 앞으로 다른 차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노란색 연수 차량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강사가 조수석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 속도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취재진이 “이런 걸 어디서 달았느냐”고 묻자 “원래 브레이크가 달려 출고된 연수용 차량”이라는 거짓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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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법 운전연수는 누가 하는 걸까. 이 씨는 “학원까지 갈 필요가 없어 바쁜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장롱면허’ 주부도 주 고객.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 일대에서 12년째 운전연수를 하고 있다는 배모 씨(57)는 “수강생의 60%는 입소문을 듣고 온 주부”라고 말했다. 이날 연수에 나선 이 씨는 4명을 동시에 ‘출장식’으로 연수해 준다고 말했다.
불법 연수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보상받기 어렵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후 무허가 연수 차량임이 확인되면 운전자가 이를 알았는지에 관계없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 경찰은 무허가 운전교습을 대대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