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자기장 나침반’ 달아… 日연구팀, 눈먼 쥐 이용 실험 성공 시각기능 갖춘 ‘센서 지팡이’도 가능
이케가야 교수팀은 동물의 뇌가 지구자기장을 나침반처럼 생각하고 몸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쥐 실험을 진행했다. 철새는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고유한 자기장 나침반을 갖고 있어, 이동 시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이동 경로를 정한다.
연구진은 눈먼 쥐의 뇌에 시각피질을 자극하는 전극을 2개 삽입한 뒤 머리에는 전자식 나침반을 얹었다. 쥐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남쪽이면 왼쪽 전극이, 북쪽이면 오른쪽 전극이 실시간으로 뇌에 전기 자극을 줘서 방향을 알려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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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뇌가 시각과 촉각, 후각, 청각, 미각 외에 새로운 종류의 자극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포유동물의 뇌가 자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시각장애인의 지팡이에 지자기(地磁氣) 센서를 달아 시각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자기 외에도 뇌가 초음파나 자외선 등의 자극을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포유동물의 뇌가 오감 외에 다른 자극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는 처음”이라면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