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김보경은 1일 소속팀 복귀를 위해 출국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얻었다. 한 걸음 더 성숙해졌다”며 3월 A매치 2연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한 뒤의 성과를 밝혔다.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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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후 9개월만에 대표팀 합류
당연한 줄 알던 태극마크 간절함 깨달아
우즈벡전 풀타임…뉴질랜드전 교체투입
측면 날개 가능성…새로운 도전 시작이다
“간절했는데, 또 다른 간절함이 더해진 시간이기도 했어요.”
축구국가대표팀 김보경(26·위건)에게는 8일간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 이후 9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은 그는 우즈베키스탄(27일·1-1 무)∼뉴질랜드(31일·1-0 승)로 이어진 3월 A매치 2연전을 무사히 소화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발탁돼 소집기간 8일을 무난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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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했고, 또 간절하다!
3월 24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김보경의 첫 마디는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였다. 대표팀과 멀어진 지난 시간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였다. 2010년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후 큰 위기가 없었다. 대표팀의 외면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이렇듯 태극마크는 그의 일부였다. “(대표팀은) 당연했다. 어느 순간 ‘당연히 내 몫’이란 생각으로 안주했다.”
그런데 잊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브라질월드컵이다. 아들 배웅 차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아버지 김상호(58) 씨는 “2014년부터 올해 초는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전 소속팀 카디프시티에서 거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올해 초 떼밀리듯 위건(이상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입단한 아들이다. 대표팀도 멀어졌다. 팀 훈련만 하고 정작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귀가할 때 애써 웃으며 “오늘 저녁은 뭐냐”고 외치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작년 하반기 A매치 소식과 호주아시안컵 내용을 접하면서 간절함이 다시 생겼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김보경은 또 다른 ‘간절함’도 얻었다고 했다.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태극마크의 소중함, 앞으로도 계속 대표팀에 합류하고픈 간절함이다. “이제 주전도 아닌데다, 합류조차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반성했고, 또 반성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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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붙여진 ‘제2의 박지성’이란 닉네임은 부담스러웠다.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였을 때는 자신감이 됐지만, 못할 때 들으면 낯 뜨거웠다. 이번 소집의 최대 수확이 있다면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되찾은 것이다. 우즈벡전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했다. A매치에 갓 데뷔했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고, 긴장됐다.
“대표팀은 매번 기회가 오는 게 아니다. 분명한 건 ‘진행형’의 선수란 사실이다.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또 측면 날개로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간 한 자리에서 확실히 경쟁할 수 없다는 단점이기도 했다. 이제는 제대로 경쟁하고 실력을 보이고 싶다.”
힘들었을 때 버팀목이 돼준 선배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 차두리(FC서울)는 “마지막 A매치에서 널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를 이끌어준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과 이영표(은퇴) 역시 고마운 형님들이다. “힘들수록 더 열심히 뛰라”는 이들의 격려는 큰 힘이었다. 김보경은 담담하게 말했다. “출발선에 다시 섰다. 이제 2경기를 다시 했을 뿐이다. 더 이상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