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에 묻혔다 법개정안 심의따라 논란 재점화
2008년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입으로 시작된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 계획은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막혀 지지부진해왔다. 지난해 8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텔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올해 초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며 이 문제는 물 건너 간 듯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국내 경제 활성화의 논리를 내세우며 관광진흥법 개정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수정해 발의한 개정안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에서 50m 이상 200m 이내 상대정화구역의 경우, 유해시설이 없고 객실이 100실 이상인 관광호텔은 별도 심의 없이 건립이 가능하다.
광고 로드중
남상만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은 이번 법 개정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호텔 건립은 법 개정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변경 승인 등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이번 법 개정은 중소 규모의 호텔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달 31일 열린 ‘관광진흥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 교수는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학교 근처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는데 굳이 법까지 개정하겠다는 것은 대한항공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1만7000개의 일자리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호텔 건립 공사 동안 발생하는 일회적인 일자리를 제외하면 5000명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인가돼 추진되는 신규 숙박시설 공급이 그대로 지속된다는 것을 가정할 때 5년 후 특1, 2급 등 고가(高價) 호텔은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