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밀린 유네스코 외교戰]
바람 잘 날 없는 한국외교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윤 장관 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휘관 없는 문화외교 31일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홈페이지에는 “전임 이상진 대사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였으며, 현재는 신임 대사의 부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유네스코 한국 대표부 홈페이지 캡처
2011년 일본이 징용 관련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하자 정부는 일본과 유네스코 회원국을 상대로 “세계유산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직접 이 문제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만 화려했을 뿐 정부의 대응은 허술했다.
유네스코 주재 한국대표부의 대사 자리가 공석인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지휘관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외교부는 “이상진 전 대사가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의원면직 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속 대사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담당했던 최종문 전 주스리랑카 대사가 협력대표라는 이름으로 ‘출장’을 가 임시로 업무를 맡았지만 대표부를 지휘할 권한이나 대표부의 수장으로 대외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 일본 등재 맞불 전략을 찾아야
민간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등재를 권고하면 대부분 세계유산위원회가 채택해 왔다. ICOMOS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3월 회의를 열고 일본의 ‘군함도’ 등의 등재 신청에 대해 ‘등재 자격이 있다’는 권고 의견을 모았다.
외교 당국자는 “일정 기준만 맞춘다면 이에 대해 등재를 막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어서 현실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1979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유대인 수용소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나치 만행을 적시했듯 군함도의 진정한 성격이 무엇인지 부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와 별도로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목표 시기가 2017년이어서 가시권에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