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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창간 100년을 내다보며 ‘청년 일자리’와 함께하겠습니다

입력 | 2015-04-01 00:00:00


중국에서 메이크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블로그로 4만여 회원을 모은 심새나 씨는 매달 다른 한국산 화장품 세트를 배달해 주는 ‘북경 AIONCO’를 지난해 설립했다. 다름인터내셔널 강인희 공동대표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마유크림을 수출해 작년 9300만 원을 벌었고 올해는 10억 원대 매출을 기대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동아일보가 주최한 제1회 청년드림 중국 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청년들이다. 동아일보는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발굴하고 ‘맞춤형 멘토링’을 비롯해 다양한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펼치기 위해 2012년부터 청년드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뉴욕, 도쿄에서 취업박람회와 창업설명회, 창업경진대회를 열어 청년들의 해외 취업과 창업을 돕는다. “중국은 내수시장이 큰 데다 급성장하고 있어 기회가 지천에 널려 있다”는 강 대표의 말을 들으면 한국의 심각한 청년실업은 딴 세상의 일처럼 느껴진다.

서비스 일자리 막는 ‘규제권력’ 감시할 것

민족의 표현기관을 자임하며 1920년 4월 1일 태어난 동아일보가 오늘 창간 95주년을 맞았다. 정부가 없던 시절에는 ‘정부를 대신하는 신문’을 자부했고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시기에는 준열한 비판과 감시에 나섰던 동아일보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모든 일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동아일보는 이제 5년 후 창간 100주년을 내다보면서 청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

‘청년 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세대’와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장만 인간관계를 포기한 세대)’라는 자조적 유행어처럼 젊은 세대의 분노와 좌절을 드러내는 말도 없다. 지금 청년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사회의 첫 관문에서 좌절하고 있다.

창간 직후부터 청년들의 힘을 한데 모을 것을 강조했던 동아일보는 1920년 7월 9일 사설에서 (1)사회를 혁신할 것 (2)세계의 지식을 광구(廣求)할 것 (3)건전한 사상으로 단결할 것 (4)덕의(德義)를 존중할 것 (5)조선 사회의 건강을 증진할 것 (6)산업을 진흥할 것 (7)세계문화에 공헌할 것 등 7개의 청년운동 목표를 제시했다. 일제 치하 1930년대에는 농촌 계몽과 문맹 퇴치를 통해 학생들을 나라의 기둥으로 우뚝 서게 한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전통을 계승해 동아일보는 앞으로 청년 일자리의 현실에 응축된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매섭게 따져 나갈 것이다. 기업들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 교육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지 못한 지 오래다. 이를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되어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분야의 규제 개혁이 필수다. 보건의료 산업은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제조업은 생산액 10억 원당 평균 고용인원이 5.8명이지만 의료 산업은 13명이나 된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하고 처리하기로 뜻밖의 합의를 했다.

정부는 말로만 규제를 혁파한다면서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만 탓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도 야당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안 되면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정책을 집행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고, 원스톱 지원에 나서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좁은 우리 땅에서만 일자리를 찾을 일이 아니다. 우리 곁에는 한류(韓流)에 열광하는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중산층으로 보는 연소득 12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의 인구가 이미 3억 명이다. 중국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여기고 2020년이면 4억 명으로 늘어날 중산층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포함한 한류 상품과 아이디어를 판다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중국을 내수시장으로…‘쿨 애그’에 미래 있다

특히 농업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산업에 농식품 가공이라는 2차산업, 농촌체험관광이라는 3차 서비스산업을 결합한 첨단산업, 이른바 쿨 애그(Cool Agriculture)로 떠오르는 추세다. 귀농은 은퇴 세대뿐 아니라 귀걸이를 한 도시 청년들에게도 쿨한 미래로 자리 잡고 있다. ‘강남 청년, 농사꾼 되다’ 같은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기후에 관계없이 빌딩 안에 층층이 야채를 키우는 식물 공장, 정보컴퓨터기술(ICT) 작업장에서처럼 첨단 기기를 보며 근무하는 스마트팜도 곳곳에 생겨난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지난해 처음 ‘귀농귀촌 박람회’를 시작해 성공적인 농촌 정착을 돕고 있다. 올해부터는 젊은이들에게 특화된 정보와 지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성세대의 지식과 경험은 더이상 젊은이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오늘 지령 29127호를 펴낸 동아일보는 창간 초기의 열정과 사명감을 잊지 않고 청년들 곁에서 꿈과 혁신을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