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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한국기업]현대그룹, 위기 돌파하는 뚝심으로 ‘현대WAY’를 정립한다

입력 | 2015-04-01 03:00:00


현대그룹의 주력 회사인 현대상선은 1980년대 컨테이너선 사업에 진출했고 1994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해운업체로 성장했다. 현대그룹 제공

현대그룹의 창업은 한국 재계 역사의 시작이자 대한민국 경제신화의 출발점이었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오뚝이 같은 정신으로 세계 경영학계에서도 ‘기업가 정신’의 살아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그룹은 광복 이후인 1947년 설립된 현대토건사가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하면서 한국 경제계에 등장했다. 1960년대에 “터무니없다”는 주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화학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 과감히 진출해 한국 산업계의 주춧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갔다. 1973년에는 울산에 조선소를 준공하는 동시에 초대형 유조선을 미리 수주해 건조하는 독특한 방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오일쇼크로 선박 해약 사태가 빗발치자 아예 직접 해운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단 3척의 유조선으로 현대상선의 전신인 아세아상선을 1976년 창립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현대상선은 1980년대 컨테이너선 사업에 진출했고 1994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시장에 뛰어들었다.

1998년 6월 16일에 정 명예회장은 5t 트럭 50대에 소 500마리를 나눠 싣고 북한으로 넘어갔다. 그는 7박 8일간 북한에 머물면서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자 금강산관광 사업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는 유람선 입항을 위한 장전항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같은 해 10월 27일 501마리의 소떼를 몰고 다시 방북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관광을 11월부터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시작된 남북 경제협력은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디딤돌이 됐다. 또 개성공단 개발과 개성관광으로 이어졌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이후 현대그룹은 그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현 회장은 취임 이후 어려움을 겪던 현대그룹을 10년 만에 자산은 2003년 8조 원에서 2013년 30조 원으로 매출도 2003년 5조 원에서 2013년 12조 원으로 각각 4배와 2배 성장시켰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의 급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엘리베이터업계 유일의 토종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는 7년 연속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발판으로 2013년 매출 1조662억 원을 기록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해외사업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지난해에는 매출 1조2110억 원에 영업이익은 1288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3.7%와 24.9% 늘어난 것이다.

2013년 취임 10주년을 맞은 현 회장은 경기 양평의 그룹 종합연수원인 블룸비스타 개원식에 참석해 ‘제2기 신경영’을 선언했다. 현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선대 회장님들로부터 이어받은 현대정신과 ‘인재경영, 창의경영, 행복경영, 신뢰경영’이라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임직원 모두의 꿈과 공유해야 할 가치, 실천해야 할 역량을 담은 ‘현대WAY’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최근 ‘제4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대한상의 측은 “현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긍정과 창조의 여성 기업인으로 선대 회장이 개척한 남북 경협 사업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어왔고 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성공적으로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 아시아판은 현 회장을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성 기업인 25인’ 중 한 명으로 현 회장을 뽑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2011년 11월 발표한 ‘2011년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현 회장을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선정한 바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