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의 ‘공간 살리기’ 광명 업사이클 센터, 소각장 활용… 청주 동부창고, 연초창 리모델링
경기 안양시 김중업박물관 6개 동 중 하나인 김중업관. 외관을 보전하면서 내부공간만 프로그램에 맞게 변형했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제공
안양시가 주최한 설계경기에서 2009년 당선된 최초 계획안은 19개 동의 건물 중 13개를 재활용해 기념관, 전시공간, 작가들의 거주공간 겸 작업실, 커뮤니티센터, 공연장 기능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0년 8월 고려시대 안양사 유구가 발견되면서 계획이 수정돼 건물 6개 동만 남기고 철거되거나 일부 구조물만 남겼다. 건물 외장재가 공사 도중 임의로 바뀌어 ‘건축가 역할을 무시하고 지은 건축가 기념관’이라는 비판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에게 넉넉한 쉼과 배움의 공간을 선물한 것은 틀림없다. 허술한 구석이 적잖은 건물 곳곳 이음매와 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을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다.
1962년 울산산업단지가 국내 최초의 산업단지로 건설된 지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용도 폐기된 유휴 공간의 혁신적 재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드웨어 공간의 리모델링에만 치우쳤던 시선의 폭을 넓혀 개발 주체가 공간의 용도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지역주민, 전문가, 예술가의 견해를 반영해 합의를 통한 공간의 쓰임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은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폐업한 연초제조창 건물 7개 동을 리모델링해 목공예 등 예술품 창작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스튜디오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 프로젝트도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 역시 문화예술을 키워드로 삼아 쓸모없어진 옛 산업단지 공간을 재생시키는 계획이다. 3만4522m² 규모의 대지에 연초제조창이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1964년. 개발 당국은 현대 건축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충분한 적벽돌과 금강송 목조트러스 구조의 현 건물 원형을 최대한 보존할 예정이다. 공연활동과 요리강습 등 지역주민이 요구하는 공간 활용 프로그램은 4월 개시할 ‘소셜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