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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GS” 발주처가 서울로 찾아와 2조원 공사 부탁

입력 | 2015-03-26 03:00:00

[해외건설 50년, 기적의 현장을 가다]<3>GS건설, 이집트 ERC 정유플랜트




GS건설이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이집트 모스토로드 지역의 ‘ERC 프로젝트’ 현장. 현재 정유 플랜트의 뼈대가 되는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GS건설 제공

북아프리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북쪽 도로를 따라 20km를 달리면 낡은 공장들이 들어선 ‘모스토로드 공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지역은 1960년대 공장들이 들어선 뒤 추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침체된 모스토로드에 최근 새로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잠잠하던 이 공단에 새로운 정유 플랜트를 짓는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GS건설이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ERC(Egyptian Refining Co.) 정유플랜트 프로젝트’다. ERC 프로젝트를 계기로 GS건설은 중동 중심인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 “정유 플랜트는 역시 GS건설”

아프리카 신사업의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2007년 초 이집트의 민간 정유회사인 ERC의 임직원들이 비행기로 13시간을 날아와 GS건설 본사를 찾았다. 이 회사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디젤유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이들은 “GS건설에 정유 플랜트 건설을 꼭 맡기고 싶다”고 했다.

약 21억 달러(약 2조3100억 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GS건설이 손에 쥔 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수주액은 2007년 당시 한국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플랜트 프로젝트로는 최고액으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왜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GS건설을 선택했을까. GS건설이 2005년 알렉산드리아에서 진행한 다른 정유 플랜트 공사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는 게 ERC의 설명이었다. 또 정유사업을 하는 GS칼텍스가 관계사이니 정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집트에서 디젤 승용차가 크게 늘어 디젤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디젤유 수입을 줄일 수 있는 정유생산 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자금 여력이 달렸던 ERC는 그해 12월 플랜트 건설 작업을 중단했다. GS건설은 사업을 계속 끌고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막 문을 연 이집트의 사무실부터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사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실무를 맡았단 GS건설 관계자는 “잠재력이 큰 북아프리카 시장을 잡으려면 이 사업을 놓칠 수 없었다”며 “발주처가 다른 투자자들을 찾을 때까지 현지 사무소를 열어두고 공장 설계 작업을 계속하자는 설득이 통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3년 반을 기다려 2012년 6월 투자자들이 다시 모였고 사업이 재개됐다. 투자자들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카말 간주리 당시 이집트 총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ERC 프로젝트의 관계사들에게 고맙다”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끝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

GS건설은 이집트의 ERC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알제리에서 3200억 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사의 이집트 진출은 1976년 시작됐다. 이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 수주액이 약 5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4억 달러를 GS건설이 따냈다.

GS건설은 북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중동 이외 지역으로 해외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남미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가 발주한 2조8000억 원 규모의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탄자니아에서는 2012년 수주한 송변전 공사를 지난해 6월 마쳤고 2013년 수주한 4개 변전소 공사를 내년 6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로써 GS건설의 해외 수주 누적액은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해외 수주실적 5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국내 건설사로서는 3번째다. GS건설 관계자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70%로 늘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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