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토익 배제, 직무능력만 평가
공공기관 신입 사원 공채가 무(無)스펙, 능력 중심 채용으로 전면 개편된다. 올해만 총 3000여 명이 개편된 전형으로 채용될 예정이며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들은 올해 신규 채용할 1만7000여 명 중 3000여 명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개편된 공채 전형으로 뽑기로 했다. NCS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등을 국가가 797개 직무로 체계화한 것으로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 지침서’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입사지원서의 학점, 외국어 점수, 가족사항 등을 적는 난은 사라진다. 대기업들이 폭넓게 실시하고 있는 직무적성검사(직무능력평가)와 역량 면접(업무 수행 시 상황별 대처법 등)도 전면 도입된다.
▼ 취준생들 “NCS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혼란 ▼
다만 바뀐 채용 모델에 따른 취업 준비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이들에게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전공 필기시험은 개편될 내용을 사전에 공고한 뒤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NCS 모델을 도입한 30개 기관은 내년 하반기, 나머지 100개 기관은 2017년 상반기부터 개편 필기시험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NCS 채용 모델에 대한 매뉴얼, 문제 샘플 등 관련 자료를 NCS 포털사이트(www.ncs.go.kr)에 올리고 채용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능력 중심 채용 과정이 공공기관에서부터 도입돼 사회 전반에 정착되면 대학 입시에만 집중돼 있는 교육 정책을 다변화해 직업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그다지 탐탁해하지 않는 분위기다. “과연 무스펙 전형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은 물론이고 NCS가 무엇인지 모르는 준비생이 태반인 상황에서 NCS 채용 모델 자체가 또 다른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NCS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문제 샘플 등을 바탕으로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져 취업 준비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들어가려 했던 우수한 인력이 공공기관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성열 ryu@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