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國父’ 리콴유 타계]‘동갑내기 친구’ 추도문 WP에 기고 리 1967년 하버드大 방문때 첫 만남… 베트남전 토론 보고 “역겹다” 직격탄 美대통령들 그를 초대해 한수 배워… 오바마 ‘亞회귀 정책’도 영향받아 글로벌 질서 꿰뚫은 국제정치 멘토… 전세계가 그를 그리워할 것
2009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상공회의소에서 공로상을 받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왼쪽)가 수상 소감을 밝힌 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포옹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서방의 거목’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92)은 동갑내기 친구였던 ‘동방의 거목’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 소식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2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장문의 추도사 ‘세계는 리콴유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The world will miss Lee Kuan Yew)’에서는 50년 가까이 쌓은 두 사람의 우정이 묻어난다.
1970년대 중국을 상대로 ‘핑퐁외교’를 펼쳐 ‘죽의 장막’을 걷어낸 키신저 전 장관은 리 전 총리를 싱가포르의 국부로뿐만 아니라 미중 간 역학 관계와 글로벌 질서의 핵심을 꿰뚫은 국제 정치의 멘토로 기억했다.
두 사람은 그 후 최근까지 각종 국제회의 등에서 수백 차례 만나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 안정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오래전부터 교감했다고 키신저 전 장관은 밝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제자문단 창립 회의에선 동료 자문위원으로 만나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한국이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 안에서 자기 나름의 아시아적 가치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2009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상공회의소에서 공로상을 받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왼쪽)가 수상 소감을 밝힌 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포옹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일각에서 리 전 총리의 리더십을 권위주의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키신저 전 장관은 “그는 오로지 책임 있는 리더십을 갈망한 ‘청교도’적인 사람이었다”며 일축했다.
“위대한 지도자는 종종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심지어 상상조차 해 보지 않은 곳으로 사회와 국가를 이끌기도 한다. 때때로 기존의 지혜를 거부하기도 한다. 리콴유는 좋은 교육, 부패 척결, 성과주의라는 수단으로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들어 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