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영 경제부 차장
시장경제에서 시장이 얼어붙는 것만큼 안 좋은 현상도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물론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한다는 이번 금리인하의 목표가 얼마나 달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은이 금리를 내린 지 일주일여 만에 기획재정부도 예산 조기집행 등 1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사실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동아일보가 10일 경제 원로 15명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답변을 거부한 2명을 뺀 13명 가운데 6명이 금리인하에 찬성했고 7명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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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를 반대한 사람들의 또 다른 주장은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사라진 한국에서는 금리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가계의 소득을 직접 늘려주는 정책을 통해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수효과란 감세나 저금리를 통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가계와 중소기업의 소득과 소비가 늘고 경제도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주로 보수진영이 내세우는 논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근간이 됐다. 반면 분수효과는 가계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이들의 소비가 늘어 기업의 생산이 늘고 투자도 늘어난다는 진보진영의 논리다.
사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진작부터 기존 ‘낙수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분수정책’을 채택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최 부총리가 주도해온 기업소득 환류세제나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분수효과를 노리는 정책이다. 마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만큼 야당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국회에 계류된 9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로 화답하는 건 어떨까. 기업 투자의 물꼬를 터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만큼 가계소득 증대가 확실히 보장되는 길도 없지 않은가.
국민 입장에서야 떨어지는 물이든, 솟구쳐 오르는 분수든 가계소득이 늘고 경제에 활력만 돌면 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는 것처럼. 낙수정책과 분수정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여야가 협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국민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정치권의 모습이다.
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