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돌의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의 말을 하고
바람은 바람의 말을 한다
당신은 당신의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한다
한데 뒤섞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광고 로드중
당신에게 가기도 전에 뒤섞이고 만다
서로의 말은
한 번도 서로의 말인 적이 없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것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돌은 돌의 말을 하고/나무는 나무의 말을 하고/바람은 바람의 말을 한다’, 언어의 첫 번째 기능은 의사소통이라지만 실제로 우리는 언어의 표현적 기능에 자주 매달린다. 의사소통과 상관없이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고 싶어서 말을 하는 것이다. 음악가나 화가가 작품을 만들 때 꼭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려기보다 제 영혼이나 의식에 파동 치는 격정, 슬픔, 불안, 환희, 절망 등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문학도 자주 순전한 표현적 욕망을 위해 언어를 부린다. 그런데 일상에서 의사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할 언어가 표현적 기능만 수행할 때, 자기표현의 욕망만을 담을 때, 언어는 사람들을 연결해주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 뿐이다.
광고 로드중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