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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에서 새 가치를…인간의 삶 바꾼 아이디어들

입력 | 2015-03-20 11:33:00


자연의 가치는 엄청나다.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의 원천을 동식물 등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의 섭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훌륭한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이나 생물이 가진 우수성을 찾아내고 그 원리를 관찰해야 한다. 자연의 원리에서 중요한 통찰을 얻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사례를 소개한 DBR 173호(3월2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성분 추출

성분 추출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어떤 특정 성분을 발견하고 추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토착 식물인 ‘스타아니스(Star Anise)’에서 열리는 ‘팔각’이라는 열매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팔각을 향신료로 활용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업체인 로슈는 팔각 열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를 치료할 수 있는 ‘타미플루(Tamiflu)’를 독점 생산해 큰 이익을 얻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생활하는 극지방 동물을 통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남극의 겨울철 기온은 영하 70도까지 떨어진다. 북극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서도 북극곰, 바다사자, 펭귄 등 극지방의 동물들은 사람처럼 두꺼운 털옷을 입거나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지만 얼어 죽지 않는다. 저마다의 생존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웬만한 바람에도 살갗을 감춰줄 촘촘한 털을, 바다사자는 추운 물속에서도 체온을 보호해줄 두터운 피부지방을 갖고 있다. 특히 펭귄은 자동차엔진이 얼어붙지 말라고 사용하는 부동액처럼 몸 안에 천연 부동액을 갖고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있다. 이 부동액은 체액이 얼지 않게 하는 ‘저온자극유도단백질’을 만들어 혈액의 어는점을 낮춰준다. 이런 생체물질을 활용하면 극저온 지방에서도 기계 장비를 가동시켜주는 극저온 부동액이나 우주나 심해 등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체내 대사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원리 모사

원리 모사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를 찾아내고 그러한 원리를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기존 기술로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옷이나 신발, 가방 등에 흔히 사용되는 벨크로 테이프, 일명 ‘찍찍이’는 한 발명가의 유별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스위스의 조지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이라는 발명가는 어느 날 우연히 산행을 하던 중 옷과 애견의 털에 들러붙은 엉겅퀴 씨앗이 잘 안 떨어지는 것을 보고 “도대체 왜 이렇게 안 떨어지는 거지?”라는 사소한 의문을 갖게 됐다. 확대경으로 엉겅퀴 씨앗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갈고리와 고리 모양의 독특한 구조를 발견했다.

엉겅퀴나 도깨비풀 같은 식물들은 보다 멀리 안전하게 자신들의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마치 농촌에서 쓰는 쇠스랑과 같은 모양의 갈고리를 씨앗에 달아 동물의 몸에 달라붙게 만들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그는 갈고리와 고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이들을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벨벳(Velvet)과 갈고리(Crochet)라는 단어를 합성해 벨크로(Velcro)라 이름을 붙였다. 벨크로는 줄과 단추로 일일이 묶고 채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세계 최초의 인공심장 수술과 나사의 우주복에 사용된 이래로 줄곧 세기의 발명품으로 남아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GE의 연구진은 연잎 표면의 결정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물방울을 튕겨내는 금속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소재를 비행기 엔진과 날개에 적용하면 추운 날씨 엔진에 고인 물이 얼어붙어 비행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중장비의 가스 터빈 안에 고인 물이 오염돼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중장비의 가동효율이 높아진다. 과학자들은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지나친 연꽃에서 이렇듯 놀라운 자연현상을 발견해냈다.

●직접 대체

직접 대체는 생명체 자체를 물리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곤충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목에 속하는 ‘동애등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서식하는 곤충으로 가축 분뇨, 옥외 화장실,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곤충은 동물을 물거나 유해한 병균을 옮기지 않아 사람에게는 무해하다. 동애등에의 유충은 유기성 폐기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폐자원을 분해하는 데 이용한다. 동애등에 유충을 5000마리 정도 투입하면 음식물 쓰레기 10kg는 3~5일 만에 80% 이상 분해된다. 부피와 무게가 현저하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분해된 쓰레기는 유기성 비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생물을 이용해 처리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동애등에를 이용하면 하루 1만3000여 t의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정화 생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생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기술 등이 개발된다면 유해성 쓰레기도 줄이고, 부산물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자연계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자연에 잠재돼 있는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에서 어떤 자연현상과 천연물질을 찾아볼 수 있는지 세심히 살피고, 자연현상이나 천연물질의 원리를 규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정한 원리를 발견했다면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존 사업의 영역에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황토의 미세한 구멍으로 공기가 통하는 원리를 응용해 황토방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드는 것 등이 좋은 사례다. 소금쟁이가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 배를 건조할 수도 있다.

자연의 섭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눈과 마음’을 갖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열린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무한한 기회의 보고인 자연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synclare@woorifg.com
정리=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73호(2015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Special Report

최근 과학 기술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3D프린팅’이다. ‘미래를 바꿀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3D프린팅 기술은 작은 기계 부품에서 전자제품, 각종 생활도구를 바꾸고 나아가 삶의 전반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사회적 진화마저 촉진하고 있다. 사회와 산업 전반에 휘몰아치는 3D프린팅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소비자-생산자 관계를 관찰하고 달라지는 유통플랫폼을 조망했으며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전략을 다뤘다.

●Case Study

20세기 소니는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다. 워크맨이나 TV 등은 소니를 ‘다르게 생각하고 앞서가는 기업’으로 인식하게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소니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주력제품이던 TV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선두를 내줬고 휴대용 음악기기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소니는 선도자 시절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도전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가 카메라 시장의 신영역으로 꼽히는 ‘미러리스 카메라’다. 카메라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소니가 신시장을 창출하고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요인을 분석했다.